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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그 적들] 김소진 소설

책과 생각

by 읽는자 2021. 5. 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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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 소설

 

 


희곡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에 잠깐 언급된 김소진 작가. 한번 찾아 읽어보기 위해 빌렸다. 단편소설집중 일부 이야기들만 골라읽었다. 나의 이 소설에 대한 첫인상은 잔잔하고, 깊었다.
일부 읽은 이야기들을 아래에 간단히 작성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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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잡기]
주인공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버지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이남/이북자리를 선택할 때. 수용소에서 자기가 돌보던 흰쥐를 보고, 쫓아가다가 이남자리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북에는 자기 가족들이 있었는데, 결국 쥐때문에 선택하게 된 이남에 대해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쥐에 집착하게되는 아버지. 이런 아버지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만, 지금의 쥐를 보면서, 이해하는 주인공의 심적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감탄한 것은 문장의 풍부함이었다. 한번 소리내면서 한 문단을 읽어보면, 중복되는 낱말이 보기 힘들고, 수식어나 의성어들로 매우 풍부했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
민주화 시위가 있던 시기배경으로 "밥풀때기"와 "대책위"간의 대화가 오고간다. 둘다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밥풀때기"사람들은 폭력적인 방법으로라도 나서려고 하고, "대책위"사람들은 이성적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하려 한다.
민주적 질서와 절차가 있어야 "열린사회"라고 부른다. 열린사회를 지지하는 "대책위"사람들에게 "적"은 "밥풀때기"사람들이라고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밥풀때기"같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만들어진 사회가 과연 "열린 사회"라고 불릴 수 있는지. "밥풀때기"사람들은 왜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지, 이들의 민주화를 위한 절실함을 살펴보게 된다.

 

 


[처용단장]
주인공의 고민들을 보여주는 듯했다. 앞부분에는 바람피는 듯한 아내에게 애증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뒤에는 "처용"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지식인의 고민으로 보였다.
"그래, 나는 서른 살 나이의 처용이다, 쓰발." p.248
주인공은 당대의 모순을 고민하다 해탈하는 처용의 이야기를 듣고, 처용/지식인이 현실과 타협해버린 모습으로 떠오른다. 주인공 자신도 아내의 문제에 대해서 또는 현실 문제에 대해서 처용과 같은 행동을 하는게 아닌지 고민하다, 주인공은 능동적으로 일을 해결하고자 마음 먹는다. 바람피는 아내한테 찾아가 문을 크게 두드리며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끝난다.

 


[고아떤 뺑덕어멈]
주인공의 아버지는 약장수 공연을 보다, 뺑덕어멈에게 사랑에 빠진다. 주인공은 말도 안된다며 이해하지 못한다. 아버지가 바람피는 것인가..?
소설은 흘러가면서, 점차 주인공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6.25전쟁이후, 북쪽에 두고온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아버지는 뺑덕어멈을 통해 잠시나마 옛생각과 그리움을 마주한 것이라고 알게 된다. 주인공은 지금의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뺑덕어멈의 일을 묻어둔다.
제목은 "고아떤 뺑덕어멈"이다. 왜 굳이 "고왔던 뺑덕어멈"에서 소리가 나는대로 쓰여있을까? 정말 뺑덕어멈이 고왔다는 이야기를 너머 이해해야한다는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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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아니지만....
위 단편소설들을 읽어보면,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모를때가 더 많았다. 그냥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끝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교훈이나 상징이 꼭 들어있지 않은 소설일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주인공의 심적변화를 나타내는 소설들이었다. 그런 변화가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교훈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쟁이나 사회운동시기에 이데올로기보다는 사람에 맞춰서 쓴 소설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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