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맨처음에 단순한 분단소설인줄 알았다. <나누어진 하늘>이라고 동서베를린이 나눠진 1961년 8월13일 전후라서 그런줄 알았다. 처음에는 독일사회를 상세하게 묘사하고, 책해설에서도 독일역사를 설명하였다. 그런데, 여주인공의 깊은 이야기가 들어가면서, 아닌데? 싶어졌다. 베를린장벽이 세워지는 것과 동독/서독 차이를 이렇게 남녀 연애와 이별을 묘사한다는 것이 사실 놀라웠다.
여주인공 리타와 남주인공 만프레드의 이별과정에서 <나누어진 하늘>을 알게 되었다. 난 이렇게 상세하게 묘사한 걸 처음 본거 같다. 흔히 연애n년 이별은 고작 m분이라 해도, 사실상 이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한다. 하늘은 이미 먼저 나눠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p.147
모든 연인들처럼 그들에게도 사랑을 둘러싼 불안은 있었다. 상대방의 무심한 시선에 자신이 싸늘해짐을 느꼈고, 참을성 없는 말 한마디가 두 사람의 하루를 온종일 어둡게 하기도 했다.
p.347
예전에 연인들은 헤어지기 전 별 하나를 찾아 저녁이면 그 별에서 그들의 눈길이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적어도 하늘을 찢을 수 없겠지." 라고 만프레드가 비꼬듯 말했다.
하늘을? 희망과 그리움, 사랑과 슬픔이 담긴 이 궁륭 전체를?
"그렇지 않아" 라고 그녀가 낮게 말했다. "하늘이 맨 먼저 나누어지는걸"
p.369
우리는 조용히 잠자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
우리가 가득 찬 삶을 덜어 내며 살아간다는 것.
1961년 8월12일
남주인공 만프레드가 소리지르는 일이 생겼다.
동독에서 지내고 있는 리타를 이야기하면서, 라인강의 기적같은 서독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꺼내는데...
~
<책 속 한 3페이지>
"자신이 평생 모멸이나 당하고 사는 꼴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자기가 욕하고 있는 삶이 아직 자신을 떠나지 않았음을. 지금 그는 오로지 자기 자신에 대한 김빠진 환멸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여 떨치려 했던 것이다.
그의 솔직함은 그녀에게서 희망을 앗아갔다. 그녀는 보았다. 그는 포기했던 것이다.
나와 함께 살던 때에도 그 모든 것이 그의 안에 있었어. 그런데 나는, 나는 그를 잡아줄 수가 없었어.
전쟁 막바지에는 손실이 특히 막심한 법. 그런 마지막 상실이 특히 쓰라리게 우리들의 길 위에 놓여 있었다.
어떤 여자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다는 것이 엄청난 일이었을까? 절망할 일이었을까? 아니 하고 그녀는 자신에게 말했다.
차라리 그가 나를 떠나 다른 여자한테로 달아났더라면 내 자존심에 기댈 수도 있었으리라. 그런 사람이라면 나를 곤경에 빠뜨리지는 않았을 텐데, 그건 확신한다. 그렇지만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어느 본능을, 어느 확신을 믿고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녀의 생명력이 빠져나갔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약했고 매우 비참했다. 아, 그가 이제부터 갈 모든 곳을 향한 그리움, 그의 마음속에 인상을 남기게 될 그 모든 닿을 수 없는 풍경이며 얼굴 들에 대한 그리움, 그와 함께하는 온전하고 충만한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그녀 마음속으로 뚫고 들어와 그녀를 거의 부서뜨릴 지경이었다. 세상에서 누가 일찍이 한 인간을 그런 선택 앞에, 아무리 본인이 결정한다 해도 자신의 일부를 송두리째 요구하는 그런 선택 앞에 세울 권리를 지녔던가!
.
그와 함께 간다면 나는 자신에게만 상처를 주지 않겠구나. 내가 저 사람한테까지 상처를 주겠구나. 아니, 저 사람에게 가장 심하게 상처를 주겠구나.
다음 날, 리타는 다시 만프레드를 찾아가려고 했으나, 날짜는 1961년 8월 13일이었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 사이에 장벽이 세워졌다.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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