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진실해야 할까요?"
"그렇진 않겠지.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마다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전쟁은 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한 반전소설의 작가들중 한 명. 이 책을 읽고 한 번 상상해봤다. 국가의 명령을 받고, 국가가 적이라고 지정한 사람한테 합법적인 살인을 할 수 있을까?
멀쩡히 군대까지 다녀왔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전쟁선포한다해서 내가 순식간에 살인자가 되어야한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다. PTSD도 이해되는 기분이다.
우리는 항상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는 깔려있지만, 솔직히 2차대전 전쟁 고민이라 표면적으로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취업전쟁, 면접전쟁, 대학입시전쟁, 결혼전쟁, 그리고 일터전쟁이라고 전쟁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 전쟁 속에는 인간성이라고 착하면 바보호구가 된다. 나는 이 상황이 이 책에서 말하는 전쟁느낌과 유사하다고 느껴졌다. 그 경쟁속에 나도 똑같이 독해지고, 때로는 옆사람을 배신해야하는 옵션도 있다. 얼마나 내가 경쟁전쟁으로 피폐해졌는지가 느껴진다.
항상 자기 밥그릇을 챙겨야하는 상황이 오는데, 우린 지쳐서 돌아올 때도 있다. '정신차리고 다시 싸워나가야지'라는 말이 사실이란 것은 알더라도, 왠지 버틸 힘이 없다는게 느껴진다. 책 속 남자주인공인 그래버도 역시 전쟁이 싫어 탈영하면 총살인것은 안다. 내적갈등속에 탈영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다시 전쟁터로 갈 수 있게 되었을까?
전쟁같고 지옥같은 상황에서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어디서 구했을까?
먼저, 독일어 제목을 그대로 구글하면 "살 때와 죽을 때"로 된다. 하지만 영화의 영향인지, '사랑할 때'로 되어있고, 번역가도 그대로 '사랑할 때'로 했다. 독일어 Leben을 또 어떻게 생각하면 '살기위한 버팀'도 될 수 있어보인다. 아마 전쟁 중에 정신이 무너져가고, 몸이 떨고, 인간성이 상실해갈 때를 보면 과연 스스로 살아있는 건지 의문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인 그래버가 잠시 휴가나와 탈영을 고민하는 동안, 여자주인공 엘리자베스를 만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무사 복귀하였다. 그래버는 인간성이 남아있었고, 전쟁포로들을 살려보냈지만, 안타깝게도 그 전쟁포로들중 한명에게 총 맞아 죽게 된다. 누구 탓일까?? 소설중간부분에 대화구문이 아마 전체를 생각하게 한다. 권태를 겪을 때 니탓내탓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르게 생각하면 서로 함께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다. 다시 전쟁도 니탓내탓보다 먼저 생각해야할께 무엇일까.
그래버가 총 맞아 쓰러질 때 표현된 한 문단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래버는 총격을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눈앞에 풀이 보였다. 밟혀서 반쯤 짓이겨진, 불그레한 꽃망울과 이파리가 달린 식물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그 풀은 점점 커졌다. 이전에도 이런 광경을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풀은 흔들거렸고, 수그러지는 그의 머리와 점점 더 가까워지는 지평선을 배경으로 소리도 없이 홀로 서있었다. 물론 작디작은 질서에서 오는 위안과 그 모든 평화도 함께했다. 풀은 점점 더 커져 마침내 하늘 전체를 가렸다. 그리고 그의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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